20121003 / 경제용어 / 애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스태그클레이션
경제가 성장할수록 어쩌면 물가 상승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글로벌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성장세보다는 인플레이션의 고통에 직면하지 않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정보기술(IT) 산업, 중국 등 저임금 생산의 확산으로 인한 제품 공급가격 하락,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관리제 도입 등의 영향에 힘입은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애그플레이션으로인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이로인해 나타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간략히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정의해보면,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의 지속적인 가격상승으로 나타나는 물가상승 현상을 애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2007년 미국 금융회사인 메릴린치 보고서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에서 사용된 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달걀을 뜻하는 Egg와 혼동되어 사용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애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인플레이션과 달리,
통화공급 과잉보다는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의 변화로 발생하게되고,
세계인구의 증가와 소득수준이 높아진 아시아인들의 서구화된 식성으로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에 대한 소비가 증가한 것이 중요한 이유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1인당 연간 평균 육류 소비량은,
1985년 20kg에서 2006년 50kg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또, 유가의 상승과 지구온난화를 줄이려는 시도로 개발된 바이오 연료로
옥수수에서 추출된 에탄올 연료를 사용하게 된 것도, 옥수수 수요 급증에 따라서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로 지적됩니다.
실제로 2005년 미국에서 에너지정책법안(US Energy Policy Act)가 통과된 후,
재생 가능 연료로 인식된 에탄올의 생산과 보급이 장려되면서,
2002년 20억 갤런의 에탄올 생산이 2007년에는 50억 갤런의 생산량으로 늘어나면서,
옥수수의 수요 확대와 가격인상을 초래하기도 했고,
당연히, 식물에 대한 수요 증가는 가축 사료값의 폭등을 가져오면서,
피그를레이션이라고 불리는 가축 가격 상승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제 곡물시장은 카길(Cargill)과 콘아그라(ConAgra)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과점시장으로 분류되며, 투기자본이 투입되기 좋은 구조로 평가되는데,
곡물가격 급등을 예상한 투기자본이 매점이라는 가수요 창출을 통해서
농산물 가격을 더욱 급등시킨 것도 애그플레이션을 초래한 이유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애그플레이션이 초래되면,
앞서 살펴본 축산물의 가격상승을 불러오는 피그플레이션 외에도,
중동 등 식량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불안이 가중되고 유가상승을 불어올 수도 있기때문에,
자연스레 전체 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꼭 사야하는 생활필수품인 식음료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기때문에,
전체 소비 중 평균 식품소비가 높은 국가나 계층에서 피해를 입게되는데,
일반적으로 저개발국의 저소득층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애그플레이션이 최초로 발생한 시기는 2007~2008년경이며,
당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곡물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곡물 재고율이 위험 수준으로 하락하게 되었고,
이로인해서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많은 국가에서 식량가격 급등에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2010~2011년에 두번째 애그플레이션이 나타났는데,
2010년 여름, 엘리뇨로 인한 가뭄 피해가 심각해지자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금지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밀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사회불안을 야기한 것이
대표적인 애그플레이션의 사례로 거론되며,
최근에도 이상기온으로 전 세계가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겪으면서
최대 농산물 생산국이 50년만에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어들게되었고,
미국 농무부의 예상으로는
올해와 내년 전세계 곡물 공급이 4천만톤 가량의 생산 부족 현상이 전망되어,
밀, 옥수수 등의 생산감소 우려로 국제 곡물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고,
국제 투기자본이 곡물 사재기에 뛰어든 것으로 추정되어,
과거와 달리, 세계경제가 장기 경기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때문에,
경기침체에도 물가가 오르는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위기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 기준으로 식량 자급율이 104.6%의 쌀을 제외하고는,
콩 8.7%, 밀 0.8%, 옥수수 0.8% 등으로 식량 자급률이 26.7%로
농산물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고,
밀과 옥수수 등은 거의 전량 수입하는만큼,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 곡물가격은 통상 4~7개월 후 우리나라 물가에 반영되기때문에,
올 연말에 본격적인 애그플레이션이 초래될 가능성이 많아서,
우리나라는 긴급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며,
그 결과, 수입밀의 기본 1.8%의 관세를 0%로 지속 운용하기로 했고,
수입밀 70만톤 정도를 쌀과 우리밀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2014년부터 밀, 콩, 옥수수의 해외 비축을 추진하고,
2021년까지 해외에서 밀, 콩 등 주요 곡물 700만톤이상 확보를 추진키로 했습니다.
세계적인 곡물 수요 증가에 비해서 곡물의 국제 공급량은,
가뭄 등 이상기온의 확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저지대 경작지 감소,
도시화, 산업화, 사막화 등으로 인한 곡물 재배면적 감소,
토양의 유기물 함량 감소로 인한 생산력 저하 등으로 작황 부진이 이어질 수 있기때문에,
식량공급 능력을 강화하기위한 장단기 대책의 일환으로,
주요 농산물의 수입할당관세를 인하하거나 면세를 통해서 비축량을 확대하는 것인데,
농업은 이제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하고,
여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